▲ 제17회 장애인영화제의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 제17회 장애인영화제의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합정역에 위치한 한 영화관, 사람들의 발길이 가득한 곳에 ‘제17회 장애인영화제’가 지난 4일 그 문을 열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서로의 마음의 거리가 알고 보면 가까워진다는 주제로 ‘영화, 가까워지는 마음의 거리’가 표어로 선정됐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가족’과 ‘일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작품들은 각각 개막작, PDFF경선, 장애인미디어운동, 특별초청(해외초청, 국내초청, 관객초청) 총 4개 부문으로 나눠져 총 24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디어, 그중에서도 영화를 활용해 인식개선을 도모하는 장애인영화제의 시작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장애인영화제 그 시작

17년 전, 배우들이 전부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영화에 한글자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때. 당시 한국영화에는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길 수 없었고 휠체어 역시 영화관에 입장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런 환경을 개선하고 영화관람권을 확대하기 위해 제1회 장애인영화제가 시작됐다.

첫 번째 장애인영화제가 열렸던 2000년에는 영화가 필름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자막을 입히는 과정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필름 속 장면 하나하나 마다 글씨를 덧씌우는 일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고 화면해설 또한 동시 녹음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장애인영화제 운영위원회 정진호 사무국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제를 준비하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단 10편만으로 영화제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영화는 필름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디지털로 변화했고 이제는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영화에 더하는 일은 과거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시각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는 장애인영화제

장애인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영화는 점차 그 편수가 늘어갔고, 이제는 장애인영화제를 통해 해외의 우수한 작품들이 국내 작품들과 경쟁을 한다.

초창기 다큐멘터리 형식의 10~20분 내외의 짧은 단편영화가 주를 이뤘고 영화가 주제로담은 장애유형도 지체·시각장애가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보여지는 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었고 이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의 형식도 다양해졌고 장편도 많아졌다. 또한 장애유형 역시 발달 장애 등으로 폭 넓은 주제 선정과 시각이 넓혀졌다.

정 사무국장은 “사회에서는 대부분 겉모습만을 보고 장애를 판단한다. 하지만 장애는 참 다양한 유형이 있다.”며 “영화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이들에게 어떤 서비스와 편의가 제공돼야 하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고 생각한다.”고 영화가 장애인식개선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더불어 “이제까지 장애인영화제가 비장애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 장애인영화제가 더욱 노력해서 많은 사람들의 장애인식개선을 돕고 모두가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우리나라의 인식개선이 잘 이뤄진다면 훗날 국제를 무대로 하는 장애인영화제를 꿈꾼다.”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제17회 장애인영화제는 합정역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서 오는 7일까지 진행되며 폐막식에서 이번 장애인영화제의 대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 영화관 입구에서 영화제 안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