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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동주‘ 살린 박정민, ‘울보‘라도 괜찮아

선민님 | 조회 392
영화 `동주` 독립운동가 송몽규 役

"도움 받으러 송몽규 묘지 行…한심하고 부끄러웠죠"

"내 연기 인정해주면 만족…꾸미고 싶진 않아요"

"아직도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 같아요"

"내 라이벌은 변요한, 이제훈, 그리고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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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29)은 영화 `오피스` 출연 배우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있다. 빨개진 눈의 박정민이 배우들의 메신저 대문 사진으로 자리하고 있다. `울지마, 명배우`라는 소개글과 함께다. 최근 열린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 17일 개봉)의 언론시사회에서 박정민이 윤동주 시인의 사촌이자 친구, 라이벌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에 대해 언급하며 눈물을 쏟았기 때문이다.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자 박정민은 멋쩍게 웃으며 해명(?)했다. "꼴값 떨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절대 제가 나온 영화를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건 아니에요(웃음). 제 실수가 너무 보이더라고요. 윤동주와 송몽규 두 분의 사진이 마지막에 올라가는데 죄송해서 눈물이 터지기 직전이었죠. `내 영화 보고 울면 안 되니 자중하자, 정말 자중하자`하며 안 울려고 참았어요. 옆에서 (강)하늘이와 (이준익) 감독님도 눈물을 흘렸는데 전 참았죠. 그런데 그게 간담회 무대에 오르자 터져 버린 거죠."

박정민은 순수해 보였다. 열정은 차고 넘쳤다. 첫 시대극에,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도 처음이었으니 열의는 더 불타올랐으리라. "`동주`의 시나리오를 받고 전혀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는 그는 송강호, 설경구 같은 대배우와 함께하던 이준익 감독이 아직은 무명인 자신에게 "같이 작품하자"고 하고, "더욱이 큰 역할을 준다고 하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푼 마음에 송몽규를 잘 연기하고 싶었으나 열사를 오롯이 표현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번 대본을 보면 `열심히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는 이번에는 가슴으로 공부하고 이해해야 했다. 침울했던 일제강점기와 맞서려던 송몽규가 마음속에 지닌 한의 크기를 가늠하려 했고, 쫓아가려 했으나 그럴수록 그는 더 달아났다. 벽에 막혔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고자 사비를 털어 중국 용정에 위치한 송몽규의 생가와 묘소를 다녀왔지만 더 답답했다.

"송몽규 선생의 묘지를 찾아가 선 순간 울컥했어요. `나 좀 도와달라`며 찾아온 제가 한심하더라고요. 그분들이 마신 공기와 산, 들녘 등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을 경험하려고 갔는데 부끄러웠죠. 연기 잘해서 어떻게든 한번 관심 받아보겠다고 찾아가다니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했어요. 내 손동작 하나하나가 송몽규가 되는 건데 물어보고 검수받았죠.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는데 정신적으로 어려웠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 가슴에 안긴 큰 돌덩이가 다행히 없어져 편해지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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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한 결과일까. 박정민은 `동주`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 송몽규가 울분에 차 피 토하듯 내지르는 후반부 절규는 관객의 감정을 자극할 만하다. 영화 제목은 `동주`지만 `몽규`라고 읽어도 하등 상관없다. 이렇게 칭찬하자 그는 "아닙니다"라며 뒤로 물러나고 자신을 낮췄다.

"제가 자신감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죠. `나 연기 잘하지?`라는 말은 전혀 못 하는데 카메라가 돌면 할 수 있어요. 평상시에 화도 안 내고 슬퍼도 안 울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죠. 전 제 연기가 완성됐다고 생각하거나 자신감에 차는 순간 나태해질 것이라는 걸 알아요. `배우가, 남자가 왜 자신감이 없어?`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제 모습이 싫지 않아요. 좋게 말하면 겸손이고, 나쁘게는 나약인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일에 자신감이 없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행동을 하게 되는 것뿐이죠. `난 누구보다 열심히 잘할 수 있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요. 물론 내가 연기하는 걸 누가 인정해주면 그것만으로 만족해요. 그걸 꾸밀 자신은 없어요."

앞서 이준익 감독은 공식 자리에서 배우 황정민의 추천으로 박정민을 캐스팅했다고 했다. 우스갯소리였겠지만 배우로서는 싫었을 수도 있다. 박정민은 고개를 저었다. "정민 형이 못한 것은 따끔하게 혼내는데 앞에서는 칭찬 절대 안 해요. 어린놈이 칭찬받으면 자만한다는 걸 아시거든요. 그런 분이 뒤에 가서 저도 모르게 잘한다고 말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죠. 또 그걸 들은 감독님이 거의 아무도 보지 않은 영화인 `신촌좀비만화`에 나온 저를 기억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니 감사했죠. 사실 안 믿었는데 계속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두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동주`는 전체가 흑백이다. 스토리 전개가 무겁고 지루하며, 건조하고 어둡게 느껴질 수 있다. 박정민은 "흑백으로 만들어낼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그 얘기를 듣고는 정말 좋았다"며 입술을 앙다물고 오른손을 말아쥐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지루하거나 어둡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최선을 다했어요. 영화가 흥행하면 좋겠지만 안 되어도 서운하진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윤동주, 송몽규 두 분에게 죄송한 마음은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로 표현된 그 과정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친척이자 벗,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주인공이었으니 물을 수밖에 없다. 박정민에게 라이벌은 누구일까.

"(한국예술종합)학교 다닐 때 (변)요한이나 (이)제훈 형이나 연기 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게 가장 큰 열등감을 안긴 건 `차이나타운`이라는 영화에 나온 조현철이라는 친굽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영상원 동기죠. 저는 영상원 가겠다고 소문 다 내는 스타일이었는데 현철이는 시험 보기 며칠 전 갑자기 영상원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3년 동안 지켜본 조현철은 천재인데 `나 떨어지고 붙으면 바보가 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죠. 다행인지 둘 다 떨어졌어요. 하하. 같이 살면서 입시 준비를 하고 붙었죠. 현철이는 아직도 넘을 수 없는 산 같아요. 열심히 따라가도 그 친구만큼 안 되죠. 부러워요. 영화 연출하려다가 연기한다고 따라오는 데 정말 싫었다니까요. 지금은 10년 이상 된,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랍니다."

물론 윤동주를 연기한 강하늘도 경쟁자다. "첫 촬영 때부터 좌절감을 느꼈다"는 그는 "하늘이가 다양하게 활동해서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나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 왔더라.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원래부터 친해서 좋은 의미의 경쟁의식도 생기고 좋았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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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의 대중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배우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면 인지도가 있어야 써주는 데 여전히 아직인 것 같다"고 했다. 변화가 있었을까.

"여전히 저를 보고 `그래, 영화 `파수꾼`의 그 친구`라며 알아봐 주시는데 써주진 않아요. 배우가 작품 끝나고 삶이 쪼들릴 때 뭔가를 하고 싶은데 안 될 때가 많거든요? 그 기간이 무명배우가 힘들어하고 포기하는 때죠. 그 감정이 도움되기도 하지만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요. 저도 신문 배달 같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인력사무소에 나가 8만원 일당 받고 하루 연명한 적도 있어요. 아직도 전 비슷한 것 같네요.(웃음)"

`동주`는 박정민에게 큰 의미로 남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송몽규와 그를 연기한 박정민이 묘하게 겹친다. 박정민이 본인의 존재감은 물론, 송몽규까지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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